글제목 : 월요일에 만난 사람] 김병빈 당진민간환경감시센터 센터장 “비소,진폐증…주민몸에서 신호가 나왔는데도 왜 가만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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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시센터 작성일 25-04-08 14:31본문
“비소 1급 발암물질, 진폐증 탄가루 쌓여 생기는 병”
“조사한 척에 불과…노동자, 인접 마을주민 조사 빠져

석문면에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그 인근 주민들의 몸에서 비소와 진폐증 이라는 중대한 신호가 포착됐다. 하지만 행정기관도, 병원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년간 당진발전본부 민간환경감시센터를 이끌어온 김병빈 센터장은 단호했다. 김 센터장은 “(주민들과 근로자들)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는데,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까?”라고 되묻는다. 아래는 김병빈 센터장과 일문일답이다.
Q. 최근 건강검진에서 비소와 진폐증 의심 진단이 나왔다. 상황이 어떤가?
충청남도와 순천향대학교가 공동 진행한 건강영향조사에서 비소가 기준치의 15배 이상 나 온 사례가 확인된 상황이다. 벤 젠이나 다른 중금속도 권고치를 훌쩍 넘은 사례가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진폐증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도 있었는데, 정작 병원에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넘어 가더라. 이게 과연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Q. 비소와 진폐증의 건강 위험성에 대해 설명해달라.
비소는 세계보건기구(WHO)나 국제노동기구(ILO)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중금속이다. 장기 노출될 경우 피부암, 폐암, 방광암 같은 중대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폐증은 폐에 탄가루가 쌓여 생기는 병이다. 회복이 불가능하고 산소통 없이 생활하기도 어렵다.
지금 주민들에게 나타나는 증 상들은 명백한 ‘환경 질환’이다.
Q.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건강 피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부터였나?
내가 보기엔 2017년부터가 임계점이다. 발전소가 2000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10호기까지 증설되며 2016년부터는 풀가동 상태가 됐다. 처음엔 조용했지만, 20년 가까이 축적된 노출이 이제야 몸에 본격적으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담배도 하루 이틀 핀다고 암에 걸리는 게 아니잖나. 계속 흡입하면서 몸 속에 쌓이고,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는 거다. 지금 당진이 그런 상황이라고 본다.
Q. 그렇다면 이 상황을 과소평가하는 행정의 태도는 어떤 문제를 야기하나?
너무 위험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자연계에도 비소는 있다”, “몸에서 배출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전문가들한테, 진짜 그 수치가 본인 몸에서 나와도 괜찮겠느냐고 묻고 싶다. 주민들 중에는 중금속 수치를 보고 두려움과 분노를 동시에 느낀 분들이 많다. 그런데도 제대 로된 설명도, 후속 조치도 없는 상황이다.
Q. 건강검진 및 중금속 검사 범위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들었다.
발전소 반경 2km 이내 마을, 주로 60대 이상 주민만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정작 발전소에서 수년간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 이사간 주민들, 인접 마을 사람들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건 ‘조사한 척’만 한 것 이다. 지금이라도 전수조사와 역학조사를 통해 제대로 된 실태 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원인을 밝히고, 대응도 가능하다.
Q. 현재 민간환경감시센터가 올해까지 운영된다는 말이 있던데?
당진시 예산이 줄어들었고, 사실 행정도 소극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한 예산으로 보면 안된다. 감시센터가 있어야만 주 민들이 이상 현상을 제보할 수 있고, 시료 채취나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센터가 사라지면 주민은 어디에다 말하나? 전화를 걸 기관이 없으면, 그냥 무기력해지는 거다.
Q. 센터가 사라지더라도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기능이 있다면 무엇인가?
건강 데이터와 환경 데이터의 연속성이다.
지난 6~8년 동안 건강검진 결과 가 꾸준히 축적돼왔었다. 그 흐름을 보면 어떤 물질이 언제 튀어나오는지, 어떤 지역에서 심화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센터가 문 닫으면 이 데이터도 끊기고, 아무런 대응도 못 하게 된다. ‘이상 신호’가 뜨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더 치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해야 할 때다.
Q. 마지막으로, 지금 상황을 어떻게 정의하시겠는가.
진폐증, 비소, 벤젠… 사람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 자연환 경은 이미 망가졌고, 당진의 바다는 죽었고, 육상 생태계도 서서히 파괴되고 있다.
그런데 행정도, 의사도, 누구도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있다. 그 침묵이 제일 무섭다.
<[정보] 주민 몸속에 들어온 ‘비소’와 ‘진폐증’, 얼마나 위험한가>
■ 비소 (Arsenic)
분류: 국제암연구소(IARC) 지정 1급 발암물질
위험성: 장기 노출 시 피부암, 폐암, 방광암, 간암 등 유발
노출 경로: 대기 중 먼지 형태 오염된 지하수 또는
식수 석탄 연소 과정에서 배출
권고 기준치:WHO 기준: 소변 중 35μg/L 이하,
이번 당진 조사 수치: 최대 500μg/L 이상 검출
특이점: 체내에 축적되며, 배출 속도는 느림, 증상 발현까지
수년 이상 걸릴 수 있음
■ 진폐증 (Pneumoconiosis)
정의: 유해한 미세 분진(예: 탄가루)이 폐에 쌓여 폐 조직이
섬유화되는 병
원인: 주로 석탄화력발전소, 광산, 제조업 등 고농도 분진 작업 환경 증상: 만성 기침 / 호흡 곤란 / 폐기능 저하
/ 심할 경우 산소통 없이는 일상생활 불가
치료: 완치 불가능, 진행 속도 늦추는 약물치료만 가능
보건 기준: 진폐증은 산업재해로 인정되나, 정규직이 아닌 협력업체·비정규직 노동자는 보호 사각지대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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